curfew! 미국 시위 상황과 LA에 이어 뉴욕도 통행금지 curfew!
어제저녁 시리얼을 먹으며 최근 제대로 꽂힌 예능 <1호가 될 순 없어>를 보며 한가로운 저녁 시간을 보내며 잠시나마
코로나로 인한 공포를 잊고 있을 즈음이었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계속 소화 불량으로 고생하던 나의 위는 잠시나마 편안함을 느끼고 있는 상태였고 평소 사람에게
안기기를 엄청 싫어하는 나의 반려견은 소파에 앉은 내 다리에 누워 곤히 초저녁잠에 들어 있던 그 순간.
3층 옥탑방을 가득 메우는 휴대폰 경보음 소리에 놀란 강아지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내 핸드폰을 바라봤고 나는
핸드폰 속 문자를 확인하고 있었다.
문자 속 내용을 확인하니 뉴욕시 전역에서 6월 1일 밤 11시부터 6월 2일 아침 5시까지 필수 인력을 제외한 모든 사람의 통행을 제한한다는 것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curfew'라는 단어의 뜻외에 다른 모든 단어는 알고 있었기에 대충 뜻을 유추할 수 있었지만 'curfew'의 뜻을 찾아보니 역시나 예상처럼 이 단어는 '통행금지'라는 뜻의 단어였다.
처음 미국에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질 즈음 뉴욕에서 오래 거주한 한인들의 대부분은 경찰들의 안전을 걱정했고
이는 곧 자신들의 안전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것이었다.
혹시나 코로나19가 장기간 지속되어 시민들의 경제상황이 악화되는 시점에 경찰들이 안전하지 못 하다면 이는 곧
시위로 이어질 수 있고 이것은 대부분의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한느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 때까지만
해도 미국에 산지 겨우 4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나는 '시위'라는 단어는 나와는 전혀 무관하게 느껴질 정도로 크게
와닿지가 않았었다.
그런데 막상 '통행금지'라는 한국에서 1960년대에나 있었을 법한 단어를 문자로 직접 받아보고 나니 사태의 심각성은
더 크게 느껴졌고 어느새 '시위'니 '폭동'이니 하는 단어들이 바로 내 코앞까지 다가와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 날밤 나는 자리에 누웠다가 1층 문이 잘 잠겼는지를 확인하러 다시 한번 그 밤중에 1층에 가서 문이 잘 잠겼는지
문고리를 돌려가며 재차 확인한 후에야 겨우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다음 날 나는 한국에서 부모님께서 보내주신 택배도 찾으러 가고 마트에 가서 필요한 식료품도 살 겸 외출을 했고
플러싱 노던 거리에서 여느 때 보다 한층 격양된 모습으로 거리를 메우고 있는 여러 대의 경찰차를 목격했다.
유심히 지켜보니 그 장소에서 어떤 사고가 있었던 것은 아닌 것 같았던 그들은 왠지 매우 심각한 모습이었고 그들의
모습은 나에게 더 큰 불암감으로 다가왔다.
집으로 돌아와 한국에서 엄마가 보내주신 매운 고추를 먹으며 향수에 젖어 있을 즈음 또다시 굉음을 울리며 경보 문자가 하나 왔다. 이번에도 역시 지역 거주자와 버스나 트럭 배달 일등을 하는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는 맨해튼 96가 거리를
통행 제한한다는 문자였다.
불과 어제까지 그 뜻을 몰라서 인터넷에 검색을 했던'curfew'라는 단어는 이번에는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제야 미국 뉴스를 틀어보니 이미 맨해튼에 macy's백화점과 소호의 여러 고가 매장 등이 시위로 인해 초토화된
모습이었다.
얼마 전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흑인 시민의 이름과 함께 '정의'라는 뜻의 'JUSTICE'가 함께 쓰인 팻말을 든 그들은 시티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있었다.
정치색과 상관없이 지금 도시 전체를 불안에 떨게 하는 것은 과잉진압을 한 백인 경찰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초토화시키고 있는 바로 그들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량한 흑인 시민이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은 당연히 애도할 일이지만 그것이 그들을 도시 전체를 범죄 현장으로만들 수 있는 이유는 절대 될 수 없다.
그들의 이런 행동은 코로나 19로부터 더 오랜 시간 사람들이 고통받게 그 기간을 연장시킬 것이며 또한 미국 사회의
경제 또한 쉽게 회복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일 뿐이다. 그들의 그런 무모한 행동으로 인해 코로나19 상황이 더
악화된다면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대부분의 미국인들의 삶은 더욱 고통받게 될 것이며 그것은 또다시 더 많은 범죄를
만들 수 있고 도시 전체의 안전을 저해할 것이다.
부디 그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았으면 한다. 이것이 정말 선량한 흑인 시민의 죽음을 애도해서 하는 시위인지
아니면 이 사건을 이용해 본인들의 탐욕과 폭력성을 가감 없이 드러낼 수 있는 정당성으로 이용하는 것인지를 말이다.
뉴욕에 살면서도 브롱스와 브루클린 할렘이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한 번도 그들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전혀 없었지만 그들이 싫어지고 뉴욕이 싫어지고 미국이 싫어진다.
나는 늘 '삶의 질'이란 '안전성'과 깊이 연관이 있다고 생각해왔다. 한 때는 미국만큼 안전한 곳도 없다고 여겼었다.
하지만 코로나 19와 뉴욕 시위로 인한 통행 제한을 직접 겪고 나니 최첨단 의료 기술과 우수한 의료진들로 세계에서
코로나 19에 가장 잘 대응하는 나라 대한민국, 한민족으로 구성돼 인종차별과 그로 인한 시위 같은 것은 없는 내 나라
대한민국이 얼마나 살기 좋은 곳인지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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