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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떠나서 알게 된 것들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자전거를 빌리다 알게 된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의 차이.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자전거를 빌리다 알게 된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의 차이.

 

뉴욕 센트럴파크

뉴욕 여행에서 가장 기대됐던 장소중 한 곳인 뉴욕 센트럴파크.

미드 속 뉴요커들이 센트럴 파크에서 런치를 먹고 피크닉을 즐기고 반려견들과의 행복한 시간을 갖는모습을 볼 때마다 항상 뉴욕 여행을 꿈꿔왔기에 그랬을 것이다.

 

걸어서라면 하루 종일 걸어도 센트럴 파크를 다 둘러볼 수 없을 정도로 넓기 때문에 매주 센트럴 파크를 찾는

뉴요커가 아닌 뉴욕 여행가들이라면 마차를 타거나 자전거를 타고 빠르게 센트럴 파크를 둘러보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처음엔 나도 마차를 타고 싶었지만 일행이 없었기에 혼자서 마차를 타는 비용이 부담되기도 했고 평소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나는 자전거를 타고 센트럴 파크를 둘러보기로 했다.

그런데 나중에 센트럴 파크를 여러 번 찾으면서 느낀 점 중에 하나는 관광객들을 실은 말들의 표정은 늘 너무나도

힘들어 보였다는 것이다. 특히나 한 여름 뉴욕의 무더운 날씨에 여러 명의 사람을 태우고 마차를 끄는 말들의

표정은 지켜보는 것조차 괴로울 정도였다.

 

뉴욕 센트럴파크

그런데 자전거를 빌려야 하는 날 아침 그만 백팩으로 가방을 바꾸다 여권을 깜박했고 여권이 없이 자전거를 빌리기는

거의 불가능했다. 혹시라도 자전거를 반환하지 않을까 봐 여권을 제출하지 않은 여행객에게는 자전거를 빌려줄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었기에 당연히 이해했다.

 

하지만 여행 중이었고 시간이 부족했던 나는 어떻게든 부딪혀 보기로 했다. 자전거 대여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에게

여권을 깜박했지만 나는 절대 남에  자전거를 탐하는 사람이 아니고 자전거를 가져가 봤자 놓을 때도 없으며 내 번호를 

가르쳐줄 테니 여기로 전화를 해 보라며 긴 설득 끝에 저 선량한 남자에게 겨우 자전거를 빌릴 수 있었다.

여권이 없어 다른 자전거 대여 손님보다 대화를 많이 나눠서였을까? 남자는 내게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고 물었다.

 

평상시 장난기가 많은 성격은 아니지만 여권 없이 자전거를 빌렸다는 안도감에서였을까 나는 되려 그에게 내가 어느

나라 사람 같은지 물었다. 내 물음에 그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에게 "당신은 한국 사람이야"라고 했다.

확신에 찬 그에게 나는 중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어떻게 한국인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러자 그는 활짝 웃으며 관광지에서 오랜 시간 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인과 중국인 일본인을 쉽게 구분한다고

했다.

 

나는 어떤 차이점이 있느냐고 물었고 그가 말했다. "일본인은 셋 중 얼굴이 가장 납작하고 중국인은 전체적으로 매우

화려한 반면 한국 여성들은 심플하지만 스타일리시한 멋이 있는 게 특징이야"라고.

 

뉴욕 센트럴파크

해외여행을 하다 보면 참 여러 가지로 국뽕에 취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하지만 내게는 현지인들이 한국인이라는 내게 삼성이나 싸이의 강남 스타일 여러 아이돌 얘기를 할 때 보다 이 날의

국뽕은 유독 강했다. 적어도 센트럴 파크의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기 위해 온 힘을 다해 페달을 밟기 전까지는 계속

국뽕에 취해있었던 것 같다.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는 편인 나지만 오르막 길의 경사가 너무 가팔라서 결국 자전거에서 내려 셀카 몇 장을 찍은 후 자전거를 끌고 걸어가야 했지만 기분은 여전히 좋았다.

 

뉴욕 센트럴파크

많은 뉴요커들이 뉴욕에서 가장 사랑하는 장소인 이 곳 센트럴 파크는 얼마 전부터 야전 병원이 들어서면서 코로나 19에 대응하기 위한 장소가 되며 더 이상 예전처럼 뉴욕의 여유로움을 느낄 수 없게 되었다. 가장 사랑했던 장소는 어느새

가장 공포스러운 장소가 되어 버렸다.

현재 소수의 뉴요커들이 다시 뉴욕 센트럴 파크를 찾고 있긴 하지만 당분간은 예전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많은 뉴요커들의 한가로운 주말과 풍요로운 여유 시간을 채워주었던, 뉴욕을 찾는 여러 여행객들의 뉴욕을 향한 로망을 채워주었던 센트럴 파크가 유독 그리워지는 오늘 뉴욕의 일상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뉴욕에서 보낸 시간들이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처음 온 뉴욕 여행에서 센트럴 파크 앞에서 맛도 없는 프렛즐을 하나 사먹으며 잔디밭에 누워 책을 읽고 뉴욕의 하늘을 바라봤던 그 날부터 몇 년이 흘러 코로나19로 센트럴 파크에 야전 병원이 들어선 지금까지도 센트럴 파크는 늘 나에게 

뉴욕의 상징같은 곳이었다. 같은 책이어도 센트럴 파크에서 읽으면 더 재밌었고 같은 콜드브루라도 센트럴 파크내에 

커피샵에서 마시는 커피는 더 깊고 진하게 느껴졌으며 매일 같이 하는 강아지 산책도 센트럴 파크에서는 더할나위 없이

행복하게 느껴졌기에 이 공간은 나에게는 더없이 특별했을 것이다.

 

뉴욕에 사는 동안 꽤 여러번 한강 공원을 그리워하기도 했다. 아빠와 자전거 도로를 이용해 한시간쯤 자전거로 내달려 한강 공원에 도착해 마시는 맥주 한 캔은 뉴욕 생활 내내 내게 가장 그리운 순간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면 사랑하는 반려견 모모와 마음껏 가슴줄을 풀고 뛰어놀았던 센트럴파크가 참 그리워질 것 같다.

왜 사람은 늘 갖지 못한 것에 대해 더 아쉬워하는 것일까? 지금 갖고 있는 것에 더 감사하는 일은 불가능한 것일까?

 

한국으로 돌아가면 뉴욕이 참 많이도 생각나겠지만 너무 많이 그리워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그럴수록 현재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할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나 인간은 의식과 노력으로 변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과거에 놓쳤던 것을 안타까워하고 그리워하기보다는 현재에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고 더 감사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 또한 꾸준한 노력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