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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떠나서 알게 된 것들

미국에서 쓰는 무게 단위 lb 파운드 kg 킬로그램으로 변환해보고 받은 충격.

미국에서 쓰는 무게 단위 lb 파운드 kg 킬로그램으로 변환해보고 받은 충격.

파운드 lb

처음 미국살이를 시작했을 때 어느 정도 예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내 나라가 아닌 곳에서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꽤 어려운 일이었다. 당연히 가장 힘든 부분은 언어였다. 누군가와 언쟁을 할 때 답답하면

한국말이 튀어나와 상대방에게 무시를 당하기도 했고 실제로 대면을 하고 소통을 하는 것과 달리 전화로 주문을 받는

것은 더 어려웠기에 알바를 하면서 실수도 여러 차례 할 정도로 언어는 가장 힘든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예상했던 어려움과는 달리 전혀 예상치 못 했던 부분에서의 어려움도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미국에서 흔하게 쓰이는 무게의 단위인 lb 파운드였다.

마트에서 장을 볼 때 한국과 다른 것 중 하나는 무게의 단위로 kg킬로그램이 아닌 lb파운드가 쓰이고 있다는 것이었고

무게 단위로 판매되는 과일인 체리나 청포도 등의 팩을 살 때 의외로 금액 계산이 안되서 쇼핑을 할 때 실수를 하게

된 적이 몇 차례나 있었다. 파운드의 무게를 이해하지 못하니 과일 앞에 쓰인 금액이 비싸지 않다고 느껴 덜컥 잔뜩 집어 계산대로 가져가 보면 내가 생각했던 금액보다 훨씬 더 비쌌지만 막상 집어왔으니 다시 빼겠다는 말을 하기가 좀 머쓱해서 그냥 사오게 되는 일이 여러번 있었다.

 

또 한국에서는 거의 매일같이 체중계에 오르고 그날그날 먹은 음식을 기록할 정도로 체중에 민감했던 나는 미국에 살게 되자마자 간단한 가구들을 사러 간 첫날 바로 체중계를 구입했는데 이때 체중계의 단위도 lb였다.

lb 파운드를 kg킬로그램으로 변환하면 1lb는 약 453g으로 대략 0.45kg 정도가 된다. 그런데 미국에 몇 해 정도 계속 살면서도 이상하게 미국에서 쓰이는 이 무게의 단위인  lb파운드와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섭씨(C)와 달리 화씨(F)로 나타내는 미국의 날씨가 늘 어려웠다.

 

그래서 미국에 살면서도 늘 날씨는 미국 날씨 표시 단위인 화씨가 아닌 여전히 한국에서부터 익숙한 섭씨로 확인을 했고 파운드로 체중을 나타내 주는 체중계는 선반 아래 구석에 처박혀 대청소를 할 때 몇 번만 겨우 바깥세상으로 나와볼 수 있을 정도로 멀리하게 됐다.

 

그러는 중 처음 미국에 왔을 때 겨우 100lb 정도 나가던 나의 체중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시작될 무렵130lb 까지

나가게게 됐고 3월부터 집에 갇혀 지내기 시작하면서 5월 마지막 날을 기준으로 145lb를 돌파하기에 이르렀다.

체중계 바늘이 가리키고 있는 145라는 숫자를 넋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미국 살이 4년 차가 되니 익숙하지 않던

lb파운드 단위가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인지 순간 60kg이 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신을 가다듬고 145lb가

몇 kg인지를  환산해보니 허걱 나의 체중은 66킬로그램이었다. 한국에서 50킬로그램만 넘어도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던 나의 체중은 어느새 60킬로그램을 훌쩍 넘어 70킬로그램대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 전부터 며칠 동안 소화가 안돼서 하루에 한 끼만 겨우 먹고 지냈던 나는 혹시라도 체중이 약간 줄지 않았을까

기대를 했기에 더 큰 충격에 사로잡혀 잠시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체중은 미용상의 문제가 아닌 건강상의 문제가 되어버렸다. 요즘 강아지 산책 때마다 호흡이 금세 거칠어진다고 느껴진 게 마스크 때문인 줄만 알았는데 체중 문제가 더 컸던 것 같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일도 안 하고 집에만 있으니 에너지 소모는 없는 데다가 잠이 오지 않는 새벽이면 한국에서

주문한 쫀드기와 쥐포를 엄청 먹어댔고 잘 다니던 요가도 못가고 집에선 청소할 때 말고는 거의 움직임도 없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145lb 즉 66kg이 되었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첫째. 내가 늘 가장 중요시 여기는 건강에 대해

소홀해졌다는 것. 둘째. 내 건강을 챙기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내가 나를 아껴주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셋째는 아직은

한국에 돌아갈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하고 있었다.

 

사실 미국에서는 현재의 체중으로 살아도  삶에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삶은 다를 것이다. '남 눈치 보지 말고 살자'라고 아무리 되뇌어봐도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혼자서는 절대 살 수 없는 존재이며 자신의 생활권에 어느 정도 타협할 필요가 있다. 한국 사회가 주는 여러 가지 압박에서 벗어나 살고자 미국에서의 삶을 선택했지만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려는 이 시점에 나는 아직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남들의 시선으로 분 터 자유로울 멘털도 피지컬도 아무것도...

사실 조금 두렵기도 하다. 다시 한국 사회에 적응할 수 있을까? 다시 또 그 무한경쟁사회에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남들과 비교하며 내 행복을 깎아먹지 않고 잘 살아낼 수 있을까?

사는 곳을 특히나 지역이 아닌 나라를 바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한국을 떠나서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한국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는 것보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마음을

먹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이다.

 

내가 떠나왔던 세계에 다시 돌아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한 인간에게 꽤 많은 생각을 들게 한다.

내가 나고 자란 곳으로 돌아갈 때만 느낄 수 있는 마음의 안정감과 내 선택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는 마음까지. 대개는 상충적인 생각들이다. 사람들과 부대끼는 삶이 지쳐 아는 사람이 없는 뉴욕에서의 삶을 택했지만 결국 

사람이 사람들이 그리워서 돌아가는 것. 겪어봤으니 이제는 알 수 있다. 때로는 사람들때문에 상처받고 사람에게 치이며

간절히 혼자를 꿈꾸기도 하지만 막상 그런 삶을 살게 됐을 때 찾아오는 외로움은 사람들로부터 받은 상처와 스트레스와는 비교할 수 없는 차원의 큰 무게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