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신념으로 공교육을 불신하는 아버지로 인해 16년간 한 번도 학교에 가보지 못했던 소녀가
혼자 힘으로 17살에 대학에 합격한 후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기까지의 이야기.
오늘의 책은 타라 웨스트오버의 <배움의 발견>입니다.
타라 웨스트오버는 1986년 미국 아이다호에서 7남매 중 막내딸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세상의 종말이 임박했다고
믿는 모르몬교 신자로 정부를 믿지 않았기 때문에 교육은 물론 병원까지도 모두 신의 뜻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죠. 타라는 1986년 세상에 태어났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병원이 아닌 집에서 타라를 분만했고 예방접종 한 번
하지 않은 채 출생증명서조차 없이 부모님의 일을 도우며 16살까지 그곳에서 살았는데요.
종말을 준비하는 아버지를 따라 복숭아 병조림을 만들고 산파인 어머니를 돕거나 피를 철철 흘리며 부상을 당하기
일쑤인 아버지의 폐철 처리장 일을 돕는 것이 그녀의 반복된 하루 일과였죠. 친척들과의 왕래도 거의 없었기에 주일날 교회에 가는 것을 제외하면 그녀에게 세상은 가족이 전부였고 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친구라고는 엄마에게 산파 일을 가르쳐주는 아주머니가 데려오는 여자 아이 한 명뿐이었던 그녀는 또래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라는 곳을 떠올려보다가도 이내 그런 생각들을 멈추곤 했죠. 그것은 주님의 뜻이 아니라고 말하는
아버지를 거역하기 싫었고 아버지의 뜻을 거스른다는 것은 더 이상 가족에게 소속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었는데요.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유순하고 따뜻했지만 내면에 강한 무엇인가를 갖고 있는 듯 느껴졌던 셋째 오빠 타일러가 집을
나가 대학 생활을 하는 것을 보고 그녀는 '대학'이라는 곳에 대한 생각을 떨칠 수 없게 됩니다. 그리곤 결국 아버지 몰래 시험 준비를 하게 되는데요.
그러나 학교 문턱도 넘어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집에서 제대로 된 홈스쿨링 한 번 받아보지 못 한 그녀는 매일 아침
혼자서 삼각함수의 벽을 넘기 위해 책과 씨름해야만 했죠. 그러나 온종일 아버지의 폐철 처리장에서 중노동을 하면서도
절대 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그녀에게 찾아온 대입자격시험날. OMR카드를 난생처음 본 그녀는 시험 감독관에게 그것을 어떻게 쓰는 것인지 물어 감독관을 당황시킬 정도로 제대로 된 '시험'이라는 것을 한 번도 치러본 적 없었지만 기적처럼 브리검 영
대학에 합격하게 되죠.
하지만 대학 생활은 절대 녹록지 않았습니다. 읽어 본 책이라고는 성경과 모르몬교 경전밖에 없던 그녀는 나폴레옹과
장발장 중 누가 역사적 인물이고 누가 허구의 인물인지조차 구분할 수 없는 상태였고 그런 그녀에게 당연히 대학 수업은 버거울 수밖에 없었죠. 뿐만 아니라 숙소에서 화장실을 다녀오고 손을 씻지 않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그런 그녀를 질타하며 탱크톱과 쇼트 팬츠를 입는 다른 여학생들의 모습은 그녀에게 '혼란'그 자체일 수밖에 없었는데요.
위가 타는 듯 한 느낌의 극도의 위궤양을 겪으면서도 새벽이면 공과대학 경비일을 하면서 부족한 생활비를 채웠습니다.
그렇게 학업에 매진하면서도 여전히 정부의 도움을 받는 것은 주님의 뜻이 아니라는 아버지의 믿음을 떨쳐내지 못해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도움을 받는 것을 거부했죠.
하지만 배움을 향한 열정은 그녀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고 그녀는 곧 케임브리지와 하버드 대학에서 공부를 하게
되죠. 그러나 이 모든 성과에도 그녀는 전혀 기뻐할 수 없었습니다. 늘 '여자가 있어야 할 곳은 가정이야'라고 말하던
아버지의 눈에 그녀는 더욱 못 마땅하게만 비쳤고 그녀를 향한 무자비한 숀 오빠의 폭력은 멈추지 않았으며 오빠의
폭력을 가족들에게 함께 공론화하기로 한 오드리 언니의 배신까지. 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인정받고 있는
그녀와 끊임없이 자신을 버려야 겨우 소속될 수 있는 가족 사이에서 오는 간극의 크기만큼이나 그녀의 고통 또한 점 점 더 커질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녀는 결국 아버가 기른 그 소녀와 배움을 통해 다시 태어난 지금의 자신이 함께 공존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되죠.
하지만 그렇게 점점 가족들과 멀어져 가며 슬픔을 겪으면서 여전히 가족들을 지워낼 수 없음을 알게 되는데요.
저는 처음 이 책을 읽으며 저자가 몇 년 생인지를 몇 번이고 다시 확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도저히 1986년 생의
미국 출생 저자가 겪은 일이라고 생각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었죠.
이 글을 읽은 대부분의 독자들은 책을 읽는 내내 '배움'과 '가족' '자아'라는 것에 대해 떠올렸을 것입니다.
저는 특히나 얼마 전 <궁금한 이야기Y>를 통해 방송되었던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15년간 딸을 성폭행하고
네 번의 중절 수술을 겪게 한 아버지를 다룬 방송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이 방송을 본 많은 이들이 더욱 경악을 금치 못했던 것은 딸의 엄마가 이 사실을 알고 있었고 심지어 이에 대해 아빠와 노골적인 대화까지 나눈 것이 블랙박스를 통해 알려졌기 때문이었는데요. 시청자들의 분노가 극에 달한 이 상황에서도
딸은 아버지를 신고한 후 엄마와의 첫 만남에서 '엄마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엄마 힘들었던 거 다 알아'라며 엄마를
위로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딸은 아빠를 두려워하는 엄마를 이미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고 자신이 눈 한 번 딱
감고 참으면 가정이 평화로울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 모든 것을 견뎌온 것이었는데요.
책의 저자도 상습적인 오빠의 폭력을 묵인했던 엄마에게 이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머리채를 휘어 잡히고 화장실 변기에 머리를 처박히며 엄지발가락이 부러질 정도의 오빠의 폭력에도 왜 이 모든 것을 알리지 않았느냐는
엄마의 물음에 그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엄마가 아버지에게 너무 억눌려 살아서요" 그리고 엄마에게 자책하지
말라는 말로 되려 엄마를 위로하죠.
자신을 세상에 태어나게 한, 자신과 같은 '성性'의 부모인 '엄마'라는 존재가 자신을 지켜줄 수 없을 만큼 나약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딸의 마음에 대한 생각이끊임없이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부모'의 존재가 위험에서 나를
구해주는 대상이 아닌 나를 위험 속으로 밀어 넣는 사람이라 느꼈을 자녀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끊임없이 자신의 '정신적 소유권'을 앗아가려는 아빠 오빠의 상습적인 폭력을 묵인하는 엄마 가족 전체를 얻기 위해
진실을 부정하고 자신을 배신한 언니 남자 친구를 초대한 자리에서까지 폭력을 휘두르고 자신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오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가족을 지워낼 수 없는 그녀를 보며 '가족'이란 무엇인지 한 개인에게 '가족'이란 어떤 의미인지 '가족 구성원'이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력까지 이 책은 저에게 '가족'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게 하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16년간 아버지의 눈으로만 세상을 바라봤던 그녀가 배움의 여정을 시작한 후 겪게 되는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
<배움의 발견>을 모든 분들이 한 번쯤 읽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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