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읽는 즐거움

영어 못 해도 뉴욕에서 요가 강사가 된 뉴욕 요기 <아무튼, 요가>

아무튼,요가

 

 

 

'뉴욕'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떠오르시나요?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그곳에선 왠지 진정한 자유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다람쥐와 사람들이 한 데

어울려 휴식을 취하는 센트럴파크에선 아무런 근심 걱정 없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뉴욕'이라는 단어는 늘 이렇게 우리에게 설렘을 선물하는 단어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런 설렘을 안고 어린 시절부터 키워왔던 미국 생활의 꿈을 이루기 위해 뉴욕으로 유학을 떠난 한 여자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이미 일본에서 한 차례 유학에 성공한 경험이 있었기에 뉴욕에서의 생활도 잘 해낼 수 있으리라 자신하며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죠. 하지만 현실은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 제대로 주문할 수 없었던 영어 실력과

어마어마한 월세에도 불구하고 한겨울엔 털모자를 써도 머리가 깨질 듯 한 추위뿐 아니라 집안에서 쥐가 나오지 않으면 다행인 뉴욕의 아파트. 그리고 영어가 서툴고 뉴욕이 처음인 그녀에게 부당하게 돈을 더 청구하는 빌딩 관리인까지

뉴욕은 그녀에게 차갑다 못해 시리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뉴욕이 그녀에게 안겨주는 시련에 굴복하지 않고 끊임없이 본인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 결과 뉴욕에서 패션업에 종사하겠다는 원래의 꿈보다 자신이 더 사랑하는 일을 찾게 되는데요. 그리고 결국 막연하게 다이어리에

적었던 전 세계를 돌며 워크숍을 하는 요가 강사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게 된 그녀. 오늘의 책은 그녀의 뉴욕 생활과

요가 강사가 된 이야기가 담겨있는 <아무튼 요가>입니다.

 

요가

비싼 뉴욕의 물가 탓에 돈은 없고 시간만 많았던 그녀에게 어느 날 친구가 5000원만 내면 되는 요가원이 있으니 한 번 가보자고 하죠. 그렇게 그녀는 처음 요가원을 찾게 되는데요.

 

뉴욕 요가원의 풍경은 한국인인 그녀에게 너무나도 생소했습니다. 사람들은 문 바로 옆 신발장에 신발과 옷을 함께

구겨 넣었고 어떤 이는 신발 위에 펜티를 올려놓기도 했고 앞뒤 양옆 사람과 거리가 5cm도 안 돼 보이는 좁은 공간에

다닥다닥 붙어 매트를 펼치는 사람들. 그리고 샤워실 앞에 붙어 있는 샤워는 2분으로 제한된다는 안내문까지. 그녀에겐 모든 것이 충격이었죠.

 

그러나 무엇보다 그렇게라도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무언가를 하는 것이 좋아 그렇게 요가를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아침이면 토플 학원에 가고, 점심땐 요가를 하러 가고, 자정이 넘어서 식당 알바가 끝나면 새벽 2시쯤 집에 돌아오는

일과를 반복했죠.

 

원하던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선 80점이라는 토플 점수가 필요했지만 2년간 아홉 번의 토플 시험을 치렀음에도 그녀는  결국 단 한 번도 80점을 넘지 못했는데요.그렇게 토플과 씨름을 하는 동안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현재 상황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 것 만 같다는 두려움과 함께 뭐라도 하지 않으면 이러다 정말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그녀는 곧 밑도 끝도 없이 요가 강사 자격증을 따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죠.

 

그리고 강사 트레이닝 첫날, 그곳에 모인 마흔 명에 가까운 사람들 중 영어를 못하는 사람은 그녀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요. 영어를 알아듣지도 못 하는 상태에서 너무 집중한 탓인지 곧 두통이 시작됐고 극도의 스트레스가

몰려오기 시작했죠. 구령을 하라는 지목을 받았을 때는 숨쉬기가 곤란해지고 손발에 땀이 나며 경련이 온 것처럼 

온몸이 떨리기 시작하더니 가위에 눌린 사람처럼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경험까지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녀는 파이널

티칭 날을 위해 수업 중 구령을 녹음해 수백 번 다시 듣기를 하며 스크립트를 완성했고 그렇게 60분 수업을 마친 후

요가 강사 자격증을 얻게 되죠.

 

그리고 그녀에게 주어진 첫 인턴 수업 기회. 그러나 이 날도 역시 그녀의 발목을 잡은 것은 영어였습니다.

뉴욕에서는 요가 수업 때 접수와 안내를 도와주는 사람이 따로 없고 그 수업의 강사가 직접 수업을 찾은 학생들의

접수를 하는데요. 접수를 하러 온 학생이 말하는 이름이 성인지 이름인지 조차 알 수 없었고 들은 이름의 스펠을 몰라

제대로 타이핑조차 할 수 없었던 그녀는 한국 사람보다도 성미가 급한 뉴요커들의 한숨소리에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첫 수업을 시작하게 되죠. 그 때문인지 너무 긴장한 탓에 수업은 시간 배분에 실패했고 결국 그녀는 90분이라는 수업

시간보다 15분을 빨리 끝내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 후로 그녀는 더 이상 수업을 받을 수 없게 되었죠.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직접 장소를 빌리고 포스터를 만들어 홍보하기도 하고지인들을 총동원해 수업을 하기도 하던 중

핫요가 강사 트레이닝 중 알게 된 한 친구를 통해 일주일에 한 번 새벽 수업을 하게 되는데요. 그렇게 요가 강사로 활동영역을 넓혀가던 중 그녀는 다시 한번 토플 시험을 치르고 그토록 바라던 80점을 넘기게 되죠.

 

그런데 웬일인지 이제 학교를 갈 수 있게 되었는데, 그녀는 그러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냥 요가를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그녀는 다이어리를 펼쳐놓고 전업으로 요가를 가르쳐서 먹고살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적어

보기로 하죠. 처음에는 적을 말이 없어 막연한 꿈을 그냥 적어 보았습니다. "10년 뒤에는 전 세계를 다니면서 워크숍을 하는 강사가 되고 싶다" "쉰 살에 인터내셔널 요가 챔피언 대회 시니어 부분에 나가서 우승하겠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두 가지를 적고 나니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가 분명해지기 시작했죠. 실력을 키우기 위해

무엇부터 공부해야 할지 체계적인 계획을 짤 수 있었는데요. 그렇게 세러피 요가, 임산부 요가, 산후 요가,

키즈 요가 등을 계속해서 수련했고 10년 후엔 워크숍을 하는 강사이고 싶다고 다이어리에 막연하게 쓴 꿈이 

거짓말처럼 2년 만에 이루어져 한국, 일본, 태국, 미국에서 활동하며 워크숍을 하게 되는 강사가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은 바로 다음 날인 오늘 저는 맨해튼 길거리를 걸으며 참 많은 생각이 들었는데요. 아직 한 겨울인 뉴욕의

날씨는 영하를 웃돌 정도의 추운 날씨였죠. 저는 뉴욕에서 지내면서 항상 이 '뉴욕'이라는 도시 속 다른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 보이는데 왜 이 도시는 나에게만 이렇게 혹독한 걸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거든요. 그런데 오늘은 맨하튼 길거리 어딘가를 걸으면서 저처럼 좌절하고 상처 받고 힘들어했을 그녀가 떠올라서인지 '그래,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나만 이렇게 힘든 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리곤 곧 이런 깨달음을 얻게 됐죠. '그래 누군가에게도 분명 이 도시는 언젠가 차가웠을 테고 그리고 그 추위를

따스함으로 바꾼 사람이 있다는 건 그건 나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거야'

 

책의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저도 뉴욕에 와서 쥐가 나오는 곳에서도 지내보고 추워서 도저히 잠을 잘 수 없는

곳에서도 지내보고 kfc에서 주문을 버벅거려 뒤로 가서 결정하고 오라는 단호박 같은 직원의 말에  주문 트라우마도

겪어본 적이 있었기에 이 책을 보며 책의 저자에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참 재밌게 읽었던 책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 가장 놀라웠던 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그녀의 자세였죠. 영어를 잘하지 못해서 강사 과정에서 수업 내용을 잘 알아들을 수도 없는 상태에서 요가 강사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강사 과정에 무작정 등록한 그녀.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봤고 답은 역시나 '절대 아니다'였죠.

 

그리고 뉴욕에서 하고 싶은 일들이 여럿 있었지만 늘 '나중에 영어가 더 유창해지면 그때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미루곤 했던 제 모습들이 떠올랐는데요.

역시나 뭔가를 이뤄내는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엿볼 수 있는 모습은  바로 '실행력'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어를 잘 못해도 꿈과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열정이 있다면 뉴욕에서 요가 강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이 책 <아무튼 요가>를 한 번쯤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youtu.be/pYVqFqN7F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