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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즐거움

<엄마를 부탁해>이 책을 읽으면 엄마가 사무치게 그리워진다.

여러분은 '엄마'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계신가요?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가장 좋아하는 색깔 가장 가보고 싶은 여행지 이 모든 것에 쉽게 대답할 수 있으신가요?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소설은 하늘이 무너져 내릴 듯 한 엄청난 무게의 첫 문장으로 시작됩니다.

 

엄마를 부탁해

 몸도 성치 않은 엄마가 자식들의 편의를 위해 아버지의 생일상을 서울에서 치르려고 시골에서 올라오시던 중 그만

아버지의 손을 놓쳐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되죠. 광고를 내고 전단지를 돌리며 사방팔방 엄마를 수소문해보지만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엄마. 그제서야 가족들은 '공기'처럼 없으면 숨도 쉴 수 없을 만큼 소중하지만 평소 그 존재

자체에 대해 생각지 않고 지내던 엄마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죠.

 

엄마에겐 당신의 첫 아이이며 동시에 평생을 밖으로만 돌던 남편 대신이었고 자신의 꿈과 소망이었던 큰 아들.

오빠들과 구분하는 말로 '계집애'라고 부르면서도 딸을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는  아버지에게 상을 엎으면서 저항할

정도로 본인처럼만은 살지 않길 바랬던 큰 딸. 먹고사는 걱정에서 조금 벗어나 자식들 중 처음으로 유치원에도 보내고

첫 신발로 고무신 대신 운동화를 신겨보며 다른 엄마들이 하는 일을양껏 해볼 수 있게 해 준 막내딸. 같이 걸을 때면

항상 엄마보다 한참이나 앞서 걸으며 평생을 엄마에게 살림과 육아, 생계의 책임을 떠넘긴 아빠까지. 소설은 엄마의

부재를 통해 엄마를 잃어버리기 훨씬 전부터 그들의 마음에서 사라져 갔던 엄마의 존재를, 그리고 그들이 알지

못했던 한 사람으로의 한 여자로서의 엄마를 가슴 절절히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10년 전에도 읽었던 소설을 다시 읽는데도 마치 처음 읽는 책처럼 정신없이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 가슴을 후벼 파이고 눈물샘을 강타당한 듯 눈물을 철철 쏟아내면서 책 속에서 잠시도 빠져나올 수 없었던 소설 <엄마를 부탁해>

 

소설을 다 읽을 즈음 엄마를 잃어버린 소설 속 자식들이 전단지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엄마에 대해 아는

내용들을 적어보던 것처럼 저도 A4 용지에 엄마의 이름, 생년월일, 용모를 시작으로 제가 아는 엄마의 모든 것을

적어 내려가 보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글쓰기를 좋아하니 '엄마'에 대한 글쯤이야 써 내려가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A4용지 단면의 반에 반을 미처 채울 수 없었죠.

 

아무 생각 없이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적고 답을 적으려던 순간 그제야 저는 제가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무심한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구마? 옥수수? 빵과 같은 주전부리들은 몇 개 떠올랐지만 그 어떤 요리도 생각해 낼 수 없었죠. 그렇다고 우리 가족이

외식을 안 하고 사는 편도 아닌데 왜 나는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조차 모르는 걸까? 생각해보니 엄마는 늘 자식들이 또 남편이 먹고 싶다고 하는 메뉴에 맞춰서 결정하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소설 속 자식들이 잃어버린 엄마를  찾으려고 애쓰면서 엄마와의 추억들을 떠올리는 동안 이 책을 읽는 독자들 또한

각자 자신의 엄마를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엄마의 유년 시절, 한때는 처녀였을 엄마의 모습, 엄마의 엄마, 어린 엄마를 채워줬을 엄마의 꿈, 그리고 여자로서 엄마의 삶까지.

이 모든 것들을 시간을 내어 생각해 보고 잊고 지냈던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을 꺼내 엄마에게 표현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이 책이 독자들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싶은데요.

 

책을 덮은 후 저도 한국에 계신 엄마에게 문자를 보내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이 무엇인지를 물었습니다. 그리고

작은 선물과 함께 살갑지 못 한 딸이라 평소 말하지 못했던 사랑한다는 말을 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20대 초반 처음이자 마지막 연애를 끝낸 이후 그 누구에게도 큰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을 엄마에게 하루하루 엄마만이 주인공인 질문들을 하고자 마음먹었습니다.

 

최근 본 영화는 무엇인지, 가장 재밌게 읽은 책의 제목은 뭔지, 가장 좋아하는 찬송은 어떤 찬송인지, 매일매일 엄마에게 관심을 보이고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그렇게 해드려야지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소설 <엄마를 부탁해>를 통해 잊고 지냈던 엄마에 대한 사랑을 밖으로 꺼내볼 수 있게 되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