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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뉴욕

뉴욕 여행 포토 스팟!!! 황소의 중요 부분(?)을 만지면 큰 돈을 벌게 된다는 황소상이 있는 '볼링 그린'

자유의 여신상이나 타임스퀘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더불어 뉴욕을 찾는 많은 이들이 인증샷을 

찍는 포토 스팟중 한 곳인 '황소 브론즈 상 차징 불'

 

볼링 그린

식민지 시대인 18세기 이곳 잔디밭에서 볼링 게임이 많이 열려 '볼링 그린'이라 불렸다고 한다. 대체 그 시절 사람들은

볼링 게임을 얼마나 좋아했길래 잔디밭에서 볼링 게임을 그렇게 열심히 즐기고 이 곳의 이름까지도 '볼린 그린'이라고

짓게 된걸까?

 

월 스트리트

'자유의 여신상'을 둘러보고 마지막 페리를 타고 나왔지만 7월의 뉴욕은 오후 7시가 넘은 시간에도 여전히 한 낮처럼

밝았다. 페리에서 내려 배터리 파크밖으로 나와 '불링 그린'으로 가기 위해 월 스트리트를 지나며 자연스럽게 걷는 듯한 사진을 남기기 위해 그 무더위속에서도 참 부단히도 애를 썼다.

 

월 스트리트

세계 자본과 경제, 금융의 중심지로 뉴욕의 증권거래소를 비롯해 수많은 증권회사와 은행들이 들어차 있는 이 곳은

평일에는 바쁜 뉴요커들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우리가 갔던 주말에는 꽤 한산한 모습이었다.

덕분에 이렇게 자연스럽게 횡단보도를 건너는 듯한 연출된 사진들도 몇 장 건질 수 있었다.

 

볼링 그린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황소의 중요한 부위를 탐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려는 여러 인종의 사람들이 황소를

에워싸고 있는 모습이었다. 4년전 뉴욕 여행 당시 이 곳에서 이미 사진을 많이 찍었으니 동생이나 대충 찍어

주고 빨리 다음 장소로 이동하자고 생각했지만 막상 도착하고나니 또 사진 욕심이 꾸물꾸물대는 순간이었다.

 

볼링 그린

대부분은 황소의 중요 부분을 만지면 부자가 된다는 속설때문에 중요 부분(?)이 위치한 뒤쪽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지만 기나긴 줄을 서는 것을 원치 않는 경우 이렇게 앞쪽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앞쪽이나 옆쪽에서는 잘만

찍으면 이렇게 디테일한 황소의 모습을 사진에 담을 수 있다.

하지만 앞쪽의 경우도 뒤쪽과 마찬가지로 대게 줄을 서야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이쯤되면 정말 뉴욕 어디를 가도

항상 줄이라는 생각이 든다.

 

볼링 그린

그런데 이 황소상은 대체 왜 여기에 세워져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중요 부위(?)를 내주며 서있게 되었을까?

여기에는 꽤 재밌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1980년대 중반 미국 증시가 연일 폭락하고 있을 때 이탈리아 조각가

아트로 디 모디카 Arturo Di Modica는 강세장을 'Bull Market' 약세장을 'Bear Market'이라 부르는 것에 착안해 설치

작업을 했다고 한다. 증시가 강세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당국의 허락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1987년 12월 15일 뉴욕 증권 거래소 앞에 세워놓은 것이다.

 

마침 크리스마스를 얼마 남기지 않은 때여서 사람들은 이 동상을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기뻐했다고 한다.

이후 정부가 나서 동상을 철거하려 하자 시민들은 거세게 반발했고 지금의 위치에 옮겨지게 된 것이다.

 

볼링 그린

 

증권 시장의 강세를 소망한 이탈리아 조각가 아트로 디 모디카가 자신의 마음을 이 황소 동상에 담아서였을까?

이 소의 중요 부분(?)을 만지면 큰돈을 만지게 된다는 소문과 함께 이 곳은 뉴욕을 찾는 많은 이들의 발길을 머물게

하는 곳이 되었다.

 

미국에는 이런 종류의 미신들이 꽤 있는 것 같다. 보스턴에 있는 익히 잘 알려진 아이비리그 중 한 곳이 하버드 대학

입구에는 존 하버드의 동상이 있고 이 존하버드 동상의 발을 만지면 본인 또는 후세에 하버드 대학에 입학하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는 미신과 함께 동상 앞은 그의 발을 만져보려는 사람들로 한 겨울에도 문전성시를 이루곤 한다.

 

볼링 그린

항간에는 사람들이 하도 만져 색이 바래 황소상의 다른 부위보다 이 부분의 색이 밝아졌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이 부분의 색이 다소 민망할정도로 밝아 보이긴했다.

 

황소의 중요한 부위(?)와 관련된 이런 속설 때문이었을까? 나는 이제 막 볼링 그린에 도착한 동생에게 저기서 사진 찍어야 하니까 빨리 가서 줄을 서라며 동생을 재촉했고 동생은 내 성화에 못이겨 쪼르르 달려가 사람들 틈에 줄을 섰다.

 

그리곤 휴대용 선풍기를 돌려서 구태어 뜨거운 바람을 맞으며 그렇게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우리 차례가 되었고 나는

이미 4년전 만졌던 황소상의 중요 부위를 다시 한 번 탐했으며 이번이 처음인 동생은 처음엔 살짝 부끄러워하는 듯도

했지만 곧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없기에 과감한 포즈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내가 사진 찍는 것을 지켜보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고

나는 항상 이 순간이 참 민망하게 느껴진다. 특히 황소의 중요 부위를 탐하고 있는 이 시점에는 더더욱 그랬을 것이다.

 

사실 평소 미신이나 포춘 텔러의 말을 전혀 믿지 않는 나지만 여행지에서 이런 추억을 남기는 것은 항상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동행하는 이가 가장 가까운 사람이고 가장 사랑하는 사람일 때는 더욱 그럴 것이다.

별거 아닌 일에도 웃을 수 있고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과감한 행동을 해보기도 하고 평소 믿지 않았던 미신을 살짝

믿어보기도 하며 오롯이 현재를 느낄 수 있는 시간.

 

나는 대개 혼자 하는 여행을 즐기는 편이지만 가끔은 누군가와 함께 하는 여행은 둘만이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이

영원이 남는다는 점에서 혼자하는 여행만큼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자유의 여신상을 지나 월스트리트를 걸어보고 황소상의 중요 부위를 탐하는 사진을 남기기도 하고 리틀 이탈리를

걸으며 조각 피자 한쪽을 맛있게 먹고 더 라이드 버스를 타고 맨하튼의 야경을 즐기던 여름 밤.

동생과 내게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잡은 순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