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이 두려운 고양이 강아지 집사들을 위한 추천도서 < 여행의 이유 >
꽤 오래전부터 여행에 대해 쓰고 싶었다. 여행은 나에게 무엇이었기에 그렇게 꾸준히 다녔던 것인가, 인간들은 왜 여행을 하는가, 같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답을 구하고 싶었다. -212p-
김영하 작가의 산문집 <여행의 이유>는 아주 오래전 작가의 첫 여행부터 가장 최근의 여행까지 그동안의 여행들을 회고하며 작가로서 그리고 여행을 사랑하는 여행자로서 그가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입니다.
총 9개의 이야기 중 첫 번째 이야기인 '추방과 멀미'에서는 책 집필을 위해 상해로 떠난 작가가 중국 여행에 비자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중국 공항에 도착한 후에야 알게 되어 입국 거부를 당하고 추방을 당했던 이야기로 시작하고 있는데요. 당시 그가 겪었던 상황에 대한 묘사가 어찌나 뛰어난지 마치 제가 그 현장에 함께 동행한 일행이 되기라도 한 냥 몰입해서 읽었던 것 같아요. 처음엔 다소 황당한 이야기에 웃음이 나기도 하다가 나중에는 이런 상황마저도 유머러스하게 표현해내는 것도 모자라 이 상황을 통해 통찰을 드러내기까지하는 작가의 필력에 놀라며 책에 빠져들었는데요. 그러다보니 어느새 저는 책의 저자와 여행을 하는 이유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내가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두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109p-
책의 저자처럼 여행을 좋아하는 저는 사실 제가 왜 여행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요. 아마 '여행은 당연히 누구나 다 좋아하는 거 아냐?'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저희 아빠만해도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딸들이 가자고 가자고 통사정을 해야 따라나서는 분이라는 걸 제가 잊고 있었더라고요.
책을 읽다 보니 문득 '나는 왜 여행을 좋아할까' '특히나 왜 그렇게 혼자 하는 여행을 좋아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책을 읽으며 저자와 나누던 대화는 자연스럽게 저 자신과의 대화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여행자는 어디로 여행하느냐에 따라, 자신이 그 나라와 도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또한 그 도시의 정주민들이 여행자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방식을 적극적으로 조정하고 맞춘다. 때로 우리는 노바디가 되어 현지인 사이에 숨으려 하고, 섬바디로 확연히 구별되고자 한다.
책을 통해 여행을 하는 여행지에서마다 제가 다른 모습을 보였던 이유에 대해서도 속시원히 알 수가 있었는데요. 중국에서 지낼 때는 늘 중국어에 서툰 한국인임을 드러내고 싶어 했던 저는 뉴욕에 사는 동안은 항상 영어가 서툰 토종 한국인임을 감추려고 애쓰곤 했었거든요. 생각해 보면 중국에서는 어설픈 중국어를 쓰는 한국인에게 그들은 과일을 하나라도 더 넣어주고 제가 한 주문이 맞는지 천천히 다시 한번 물어주기도 하고 제가 온 나라에 대해 관심을 보이기도 하며 늘 평소 하던 것 이상의 친절을 베풀었고 저는 늘 그 혜택을 보고 있었더라고요. 하지만 뉴욕에선 어설픈 영어로 주문을 하다 KFC에서 직원에게 뒤로 가서 다시 생각하고 오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고 이미 여러 차례 갔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티켓 판매를 권유하는 사람에게 붙잡히기 일쑤였으니 현지인처럼 보이고 싶었던건 당연했던 것 같더라고요. 때로 섬바디가 되고 싶기도 하고 때론 노바디가 되고 싶기도 한 저도 몰랐던 제 행동의 이유들이 명쾌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인생과 여행은 그래서 신비롭다. 설령 우리가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하고, 예상치 못한 실패와 시련, 좌절을 겪는다 해도, 우리가 그 안에서 얼마든지 기쁨을 찾아내고 행복을 누리며 깊은 깨달음을 얻기 때문이다.
사실 저는 이 책을 이번에 두 번째 읽은 것인데요.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김영하 작가의 산문집이어서'가 이유였고 이번에 이 책을 다시 읽은 이유는 '여행을 할 수 없는 이 시기에 여행을 향한 저의 갈증을 채워줄 책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두 번째 읽다 보니 처음 책을 읽을 때 흘려 읽었던 에필로그에 지금 저에게 가장 중요한 내용이 있더라고요.
'인간이든 동물이든 그렇게 모두 여행자라고 생각하면 떠나보내는 마음이 덜 괴롭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환대했다면, 그리고 그들로부터 신뢰를 받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212p
책의 말미에 있는 '작가의 말'에는 '반려동물'에 관한 이야기가 있는데요. 이 책을 처음 읽을 당시만 해도 강아지 집사가 아니었던 저는 이 책의 에필로그를 아마 조금 대충 읽었었나 봐요. 그런데 2살 배기 암컷 치와와 한 마리를 키우고 있는 지금 시점에 이 책을 다시 읽으니 처음에는 눈길이 가지 않았던 작가의 반려동물에 관한 관점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책의 저자는 애완동물이라는 말은 조금 경박하게 느껴지고, 반려동물이라는 말은 너무 무겁게 다가와서 이 두 표현을 전부 쓰지 않는다고 해요. 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의 입장에선 '그런 게 뭐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느낄 수 있지만 사실 요즘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애완동물'이라는 말은 동물을 장난감처럼 대한다는 의미를 품고 있는 듯해서 사실 굉장히 민감한 부분이거든요.
어린 시절부터 강아지를 키우던 환경에서 자란 저자가 가족처럼 지내던 강아지들을 몇 마리나 떠나보내고 그리고 아버지를 떠나보내며 느꼈던 감정들이 굉장히 와 닿았어요. 사실 강아지와 처음 가족이 되어 본 초보 집사인 저는 유튜브에서 다른 강아지들이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고양이들이 고양이 별로 떠나는 것만 봐도 눈물 콧물 줄줄 흘리면서 대성통곡을 할 정도로 헤어짐을 두려워하고 있었거든요. 이제 겨우 두 살 밖에 안된 강아지 집사인데 말이죠.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언젠가 있을 강아지와의 이별에 대해 조금 더 담대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긴 여행을 하다 보면 짧은 구간들을 함께하는 동생이 생긴다. 며칠 동안 함께 움직이다가 어떤 이는 먼저 떠나고, 어떤 이는 방향이 달라 다른 길로 간다. 때로는 내가 먼저 귀국하기도 한다. 그렇게 헤어져 영영 안 만나게 되는 이도 있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그렇게 모두 여행자라고 생각하면 떠나보내는 마음이 덜 괴롭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환대했다면, 그리고 그들로부터 신뢰를 받았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212p
여행의 장점이 바로 그런 거잖아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련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을 떨쳐내고 오롯이 현재를 살 수 있는 것. 강아지와의 관계도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혹시 저처럼 아직 먼 미래에나 있을 강아지와의 이별을 두려워해 본 적이 있으신 분이 계시다면 이 책 <여행의 이유>를 통해 함께 여행하는 마음으로 우리 강아지들이나 고양이들을 대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여행이 힘든 이 시기에 여행을 향한 갈증을 채워 줄 김영하 작가의 산문집 <여행의 이유> 여러분들도 꼭 한 번 만나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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